통영폐조선소부지 토양오염정화 합의 무시 발주 강행의사 공문, ‘뒤통수다’ 민관협의회 격론
토양환경보전법 기준 핑계, 사실은 공기단축과 비용 절감 목적

“중금속 오염토를 제대로 정화하라는 민관협의회의 요구가 LH에서 수용불가하다니, 그렇게 LH가 독단적으로 할 거면 민관협의회는 왜 하고 있나”
 

리스타트플랫폼에서 내려다본 신아sb폐조선소 부지
리스타트플랫폼에서 내려다본 신아sb폐조선소 부지


통영 폐조선소(신아sb)부지 도시재생사업의 필수선결과제인 토양오염정화작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토양오염정화 민관협의회에 따르면, LH경남본부가 민관협의회 잠정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오염정화사업을 매립토양 여건에도 맞지 않게 날림으로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토양오염정화 제6차 민관협의회의 잠정 합의사항인 토양환경보전법상 1지역(주거지역) 기준의 토양오염정화 요구에 대해, LH경남본부가 수용 불가 입장의 공문을 보내면서 “LH의 일방적인 사업 발주 강행 의도이며 민관협의회 뒤통수치기”라는 반발이 뒤따랐다.

  토양오염정화 기준 잠정합의 다음날 일방 통보 ‘발주 강행’ 공문

18일자로 LH경남본부가 민관협의회 앞으로 보낸 공문은 “토영오염정화용역과 관련하여 사업의 시급성 및 토양오염처리기간 등의 사유로 긴급민관협의회(2021.8.17.)에서 요청한 발주시기 연기는 불가하며, 오염토양의 정화수준은 관련법의 법적처리기준에 따라 발주 예정”이라고 되어 있다.

LH경남본부 최모 부장이 8월 17일 민관협의회에 참석했음에도, 바로 다음날 ‘발주 강행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온 것이다. 심지어 이 공문은 6차 협의회 참석 LH 최모 부장의 전결처리 문서다.

이에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23일자로 “공익은 무시하고 영리에 눈이 먼 LH토지공사, 중금속 오염토 위 도시재생사업이 가능한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폐조선소 토양오염정화작업 민관협의회 설치를 최초 제안했으며 지욱철 의장이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참석해 왔다.

환경운동연합은 “신아조선소 부지 오염토양 정화는 기존 육상부와 기준이 달라야 한다. 공유수면 매립지는 어느 한 지점을 정화하더라도 스며드는 바닷물에 따라 중금속과 환경유해물질이 이동해 주변 토지를 오염시킨다. 매립지인 신아조선소 부지를 토양환경보전법상 일괄 기준으로 정화한다면 법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경상대학교 해양토목학과 권중현 명예교수의 “바다 매립지는 해수면 높이만큼 미세한 해수 흐름이 있어, 어느 한 곳에라도 오염원이 있다면 일정부분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토양환경보전법은 주거지역을 1지역, 상업지역을 2지역, 공원, 도로지역을 3지역으로 구분하여 오염토양 정화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정한 기준은 육상부와 해상부를 구분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적용한 기준이어서 바다 매립지의 경우 법 제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토양환경보전법은 오염정화의 최소 기준이지, 이만큼만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신아조선소 부지 토양정밀조사결과서에 따르면, 구리 오염 최고 농도는 21,886.8(mg/kg)으로 나타났다. 토양환경보전법 기준으로 1지역(주거지역)의 145배, 2지역(상업지역)의 43배, 3지역(도로지역)의 10배가 넘는 토양오염이다.

신아조선소 부지를 3지역 기준으로 정화를 한다면, 매일 두 번씩 찾아오는 간조와 만조로 오염된 구리는 주변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권중현 교수의 설명이다. 바다 매립지의 경우 토양환경보전법상 1,2,3지역 기준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된다는 말이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이같은 여건을 고려해 통영폐조선소 토양정화사업 민관협의회는 6차례 회의를 통해 토양정화는 사람이 주거할 수 있는 수준의 토양정화(1지역 기준)를 잠정 합의했다”며 “해수면 매립지는 토양환경보전법에 정한 기준이 법 제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합의”라고 설명했다.

제6차 협의회 잠정 합의사항인 1지역(주거지역) 기준으로 토양오염정화작업을 시행하면 3지역(도로지역) 기준에 비해 공사 기간과 공사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오염정화기준을 최대한으로 상정하고 부지 전체를 1지역 기준으로 정화작업을 시행하면, 일부 구간 시행에 비해 발주 시기에도 차이가 나게 된다.

결국 LH경남본부는 민관협의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발주시기 연기는 불가하며, 오염토양의 정화수준은 관련법의 법적처리기준에 따라 발주”한다고 공문으로 민관협의회에 통보했으나, 사실은 관련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비용 절감이 목적인 셈이다.

‘관련법’인 토양환경보전법이 제시하는 기준은 오염토 정화의 최소 기준일 뿐, 조선소 부지 해안 매립지에서는 그 최소 기준 이상이 적용되어야 현지 실정에 부합하며 법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LH경남본부의 발주 강행 공문에 반발하며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LH경남본부에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통영시와 LH가 만든 「통영 폐조선소 토양정화사업 민관협의회」 합의안을 수용하라 △신아조선소 모든 부지는 토양환경보전법에 정한 1지역 기준을 적용하여 오염토양을 정화하라 △정부와 협력해 오염된 신아조선소 주변해역 토양을 정화하라 △토양환경보전법 오염토양 정화 1지역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면 LH는 신아조선소 도시재생사업에서 손을 떼라

  “헛돌다 어렵게 결론 내린 잠정합의 무시, LH가 민관협의회 대하는 관점은 뭔가”

한편, 24일 오후 통영리스타트플랫폼에서 긴급하게 열린 ‘통영폐조선소 토양정화사업 민관협의회 제7차 협의회’는 LH 토지공사의 일방적인 계획에 성토의 장이 되었다.

24일 7차 민관협의회
24일 7차 민관협의회


먼저 LH경남본부 최모 부장은 “환경련의 성명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 있다. 전체 부지를 1지역 기준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잠정합의 사항은 아니다. 합의라고 간주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관협의회 위원 누구도 LH측의 “1지역 기준 오염정화는 합의사항 아님”에 동의해주지 않았다.

협의회 위원 이모씨는 “협의회의 할 일은 될 수 있는 한 토지 정화의 기준을 높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염정화의 수준을 끌어올려야지 그렇지 않다면 협의회가 대체 무슨 소용인가”라며 민관협의회의 당초 취지를 돌이켜보게 했다.

협의회 위원장 이상석 통영상공회의소장은 “어느 구역은 어느 정도 어느 구역은 또 따로 정화하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있다. 지금 협의회 위원 과반수 이상이 LH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욱철 의장은 “(LH측에서) 자꾸 법 운운하는데, 정화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어떻게 법을 위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건가. 예산규모 이상 과다지출이라고 법 위반 운운이라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LH가 민관협의회를 대하는 태도에, 이번 공문 문제 뿐 아니라 결론이 지연되면서 공전하게 되는 회의 진행방식 자체에 대한 지적도 뒤따른다.

지욱철 의장은 “협의회 간사 LH경남본부는 이제껏 한번도 회의를 위한 문서 자료를 배포한 적 없다. 협의회는 의안을 논의해 결론을 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정리된 안건도 없고 말만 하다 시간만 간다. 지금껏 협의회가 아니라 간담회만 계속해온 셈”이라며 “차일피일 결론이 지연되면 사업기한 임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독단처리 하려는 의도인가”라고 꼬집었다.

결국 24일 협의회는 “거주구역 기준 토양오염정화는 합의사항이었다”는 민관협의회의 입장과, “합의사항이 아니었으며 부분발주라도 하고 추후 추가 논의하겠다”는 LH측의 주장이 대립한 채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LH경남본부가 토양오염정화 민관협의회에 발송한 '협의회 요구 수용 불가' 공문
LH경남본부가 토양오염정화 민관협의회에 발송한 '협의회 요구 수용 불가' 공문

 

토양오염정화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신아sb폐조선소 부지
토양오염정화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신아sb폐조선소 부지
중금속오염토 정화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그림은 그저 그림으로 끝날 뿐
중금속오염토 정화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그림은 그저 그림으로 끝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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