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방제 작업 전면 재검토해야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한다는 소나무재선충방제 작업이 오히려 숲을 파괴하고 있어 문제다.
거제시 일운면 와현고개에서 서이말등대와 와현봉수대 방면으로 통행하다 지심도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국립공원의 벌목 광경을 보고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민원제기가 있었다.
우리단체의 조사와 8월6일 언론보도(오마이뉴스, 전염병 핑계로 벌어진 끔찍한 일.. 산림청은 왜?)에 따르면 올 3월 거제시와 석유공사, 벌목업체는 업무협약을 맺고 일운면 지세포리 산39번지 일원 18필지의 산림 150ha를 방제작업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10ha를 방제하고 사업을 중단했다.
재선충에 감염돼 고사한 소나무류만 벌목해야 하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임에도 재선충과 상관없는 아름드리 활엽수까지 불법으로 싹쓸이 벌목했고, 이 때문에 국립공원이 석유공사와 벌목업체를 자연공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싹쓸이 벌목된 나무들은 경남 고성의 팰릿공장으로 반출돼 화목재로 가공되고 있다.
자연공원법 위반 뿐만아니라 재선충 방제 관련 법령과 지침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 수량 등을 조사하지 않고 부실한 방제계획서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 나무를 잘라 훈증하는 피복제의 차단이 부실하고, 잘려진 소나무 상당수가 방치돼 재선충 방제 과정에서 오히려 재선충을 확산시킬 우려도 있었다.
우리단체가 6~7월 재선충 방제작업 예정지 일원을 조사 결과, 이곳은 동백 후박나무 참식나무 등이 발달한 난대상록수림대 및 소나무와 곰솔이 우점하는 혼합수림대로 생태자연도 1등급지였다. 팔색조, 대흥란 등 다수의 멸종위기야생생물과 희귀식물의 서식과 도래를 확인했다.
소나무재선충 작업으로 우수한 식생과 멸종위기종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지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사업이 계속될 경우 심각한 생태계파괴가 우려된다.
실제로 거제시는 지난겨울 멸종위기종의 주요서식지이자 생태자연도 1등급지인 노자산 일원에서 재선충 방제작업을 하면서 살아있는 소나무류와 아름드리 활엽수까지 마구잡이로 벌목해 우리단체는 작업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작업지는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거제외줄달팽이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 이었으나 무분별한 재선충 방제작업으로 산림은 황폐화되고 생물다양성은 훼손됐다. 이곳에서 벌목예정이던 소나무에 올 여름 팔색조가 둥지를 튼 것을 확인했다. 이는 재선충 방제작업을 하더라도 대상지 선정, 마구잡이 벌목 방식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증거다.
재선충 방제는 기존의 모두베기 등 산림을 파괴하는 방식에서 예방주사, 천적백신 처방, 자연천이 등 새로운 방법 도입이 절실하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이 발행한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 산림병해충 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곰팡이를 이용한 재선충 천적백신 실험 결과, 재선충에 감염 나무들이 78% 회복됐다는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기후변화와 식생의 천이과정에서 소나무가 쇠퇴하고 활엽수림으로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무리하게 방제작업을 하기보다는 자연에 맡기자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밖에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림청의 수종 갱신을 이유로 한 국유림과 사유림에서 벌어지는 싹쓸이 벌목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난겨울 동부면 구천에서는 국유림인 울창한 낙엽활엽수림 7ha 싹쓸이 벌목, 사유림인 하청면의 희귀 야생화 집단서식지 3ha도 벌목돼 문제가 됐다.
소나무방제작업과 수종갱신을 위해 벌목할 경우 일정규모 이상이나 생태적 민감성이 높은 지역은 환경영향평가나 관계기관 협의 등을 제도화해야할 것이다.
-당국은 석유공사 거제지사 등의 국립공원 산림 무단벌목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이곳의 150ha 재선충방제작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 하라.
-산림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벌목 위주의 무리한 방제작업을 재검토 하고 천적백신, 예방주사 등 대안을 마련하라.
-국립공원, 생태자연도 1등급지 등과 일정 규모 이상에서 재선충 방제, 수종갱신사업 등을 진행할 경우 사전 정보 공개, 환경영향평가, 관련기관 협의 등을 제도화하라.
*관련사진자료 붙임
2021.8.12.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