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이야기)큰유리새 둥지 뻐꾸기 탁란과 비극

  • 관리자
  • 2021-07-06
  • Hit : 177

KakaoTalk_20210703_105354855.jpg

 

큰유리새 둥지에는 무슨 일이?

 

깊은 계곡에서 병아리난초와 나나벌이난초를 만나고 있을 때였다. 621. 큰 바위 틈 새 둥지가 이상했다. 매추리알처럼 생긴 작은 알 4개는 큰유리새 알인데, 푸른빛이 도는 알은 누구의 것일까.

 

#탁란이다! 푸른 알의 주인은 누구일까. #뻐꾸기와 #두견이는 숲 가장자리에서 주로 울기 때문에 깊은 산 #큰유리새 둥지에 탁란한 것은 #벙어리뻐꾸기와 #검은등뻐꾸기로 추측한다. 보보보보 우는 벙어리뻐꾸기와 후후후후 우는 검은등뻐꾸기가 더러 울었던 곳이기도 하다.

 

탁란, 잔인한 생존경쟁. 먼저 깨어난 침입자의 새끼는 둥지 주인의 알이나 새끼들을 차례로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죽이고 먹이를 독점한다.

그것도 모르는 둥지 주인은 자기보다 한 참 큰 침입자를 자식인줄 알고 지극정성으로 먹인다.

 

지난해 붉은머리오목눈이 부부가 제 등치보다 10배는 큰 뻐꾸기 새끼에게 쉼 없이 먹이를 주는 것을 한참 본 적이 있다.

 

탁란이란?

 

탁란(托卵)은 맡길 탁, 알 란 즉 알을 남의 둥지에 낳아 남이 부화시키고 새끼를 기르게 하는 번식 방법이다.

뻐꾸기가 포함된 두견이과 새들이 많은 종이 탁란을 한다.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벙어리뻐꾸기 두견 매사촌 등이다.

탁란에 이용되는 새는 주로 붉은머리오목눈이, 휘파람새, 섬휘파람새, 딱새, 검은딱새, 큰유리새 등 대체로 크기가 작다. 탁란하는 새는 둥지가 비었을 때 재빨리 자기 알을 낳고 둥지주인의 알을 먹어 없애버린다. 새들도 알 숫자를 새기 때문에 알 숫자를 맞춰기 위해서란다.

보통 새들이 알을 품으면 2주 전후로 부화하는데, 탁란한 알들은 이보다 2~3일 빨리 부화해서 집 주인의 알이나 새끼를 둥지밖으로 밀어내 버리는 것이다.  

탁란은 새들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곤충세계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돌고기 종류들은 동사리종류의 둥지에 탁란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연의 섭리에 간섭하지 않아야겠지만 측은지심이랄까. 먼저 깨어난 뻐꾸기 새끼가 밀어내버린 큰유리새 새끼들을 구해서 살릴 수 있을까 고민도 됐고, 촬영 욕심에 동영상 카메라를 위장해 숨겨 놓았다.

동영상 카메라 설치 10일만인 71일 아침 7시 뻐꾸기가 부화했는지 동영상을 확인하러 갔다. 아뿔사, 큰유리새 둥지는 박살이 났다. 둥지가 완전히 떨어지고 파괴된 것을 보니, 짐승이다!

높은 나무에도 아니고 낮은 바위틈에 둥지를 지었을 때부터 위태했다. 쇠살모사도 많고 오소리나 너구리, 족제비와 삵이 있는 계곡이다. 계곡 입구쯤에는 들고양이가 새끼를 5마리 낳아둔 것도 보았다. 어떤 놈일까?

 

동영상을 확인했다. 629일 밤 8. 짐승이 다가오자 놀란 암컷이 퍼드덕 날아가고, #오소리 한 마리가 갓 태어난 벌거숭이 새끼들을 잡아먹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갓 부화한 듯한 큰 놈부터 먹어치울 때 그 짧은 순간 작은 놈이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새끼들은 그날 아침 쯤에 부화한 것으로 보인다. 큰유리새 부부는 떨리는 밤을 보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 파괴된 둥지를 찾아온 긴꼬리딱새 어미가 망연자실해 다리를 헛디디는 모습도 보였다. 큰유리새 부부는 1시간동안 20여 차례 파괴된 둥지를 찾아와서 헤맸으나 그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근처에서 큰유리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사흘동안 둥지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큰유리새도 뻐꾸기도 이번 번식에 실패했다. 짐승한테 둥지가 털린 것이 내 잘못인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새들은 1차 번식에 실패하면 2차 번식에 나선다. 둥지 짓고 알 낳고 부화하고 육추하는데 어림잡아 40일 이상을 걸릴 것인데 큰유리새 부부는 이 계곡을 고향으로 둔 아이들을 키워서 가을에 남쪽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0일 동안 찍힌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큰유리새는 매일 해가 지면 둥지에 들어가서 거의 이동하지 않고 해가 뜨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둥지는 밤새 암컷이 지키는 것 같다. 먼저 부화한 뻐꾸기 새끼가 큰유리새 새끼나 알을 밀어내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고, 최소한 부화한 새끼 2마리가 같이 한 둥지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오소리가 갓 태어난 뻐꾸기 새끼와 큰유리새 새끼를 잡아먹어버리는 장면은 소름이 돋고 오소리가 미워진다. 그러나 천지불인, 자연은 인정이 없는 것이다. 두고 볼 뿐이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해서 자연이다.

 

20200621_212852.jpg

큰유리새는 참새보다 약간 큰 #여름철새다. 바다색을 닮은 코발트빛 청남색이 돋보여서 간혹 #파랑새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울음소리도 맑고 곱다. 잘 보존된 활엽수림대 계곡에 산다. 바위틈이나 경사진 언덕 같은 곳에 이끼로 밥그릇 같은 약간 깊은 둥지를 만든다. 한 배에 3~5개의 알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