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이야기)팔색조의 번식과정

  • 관리자
  • 2021-07-09
  • Hit : 826

팔색조의 투쟁

 

팔색조는 천연기념물 204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다. 세계적으로 생존 개체수는 1만 마리 이하로 알려져 있다. 5월 중순 쯤 우리나라를 찾아 번식하고 가을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이동하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다.

 

2021년 5월25일 오전. 통영 LNG화력발전소 공사중인 안정공단 근처 계곡에서 팔색조 우는 소리를 들었다. 두 마리가 울었다. 가까운 곳에서 우는 놈은 수컷인 것 같고 멀리서 짧게 우는 놈은 암컷으로 보였다. 이 계곡에서 팔색조가 짝을 만난 것이다. 지속적으로 두 마리가 우는 것으로 봤을 때 번식중인 게 확실하다. 짝을 만난 두 마리 이외에도 짝을 찾는 팔색조 2~3마리의 애절한 울음소리는 6월 초순까지 이어졌다.
 
화력발전소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거짓이고 부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생태조사를 벌이던 중이었다. 예상대로였다. 우리는 그동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많은 흔적과 해양보호생물 거머리말의 집단서식지 여러곳을 확인했다. 멸종위기종 삵의 배설 흔적과 기수갈고둥을 확인했다. 팔색조 울음소리를 찾다가 멸종위기종 애기뿔소똥구리 수컷 한 마리도 만났다. 충무띠달팽이, 나사산우렁이 같은 육상패류도 발견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없다’고 한 법정보호종을 다수 발견함에 따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공사중단과 정밀생태조사 및 저감대책 마련을 2차례 촉구했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현대산업개발과 한화에너지는 힘이 세고, 환경평가를 협의해준 환경부는 나몰라라 낙동강환경청에 미루고, 관리를 맡은 낙동강환경청은 미온적이다. 그 사이 사업자(현대산업개발, 한화에너지, 한화건설)는 환경향평가법 위반(착공미신고)으로 과태료 900만원 처분을 받았다. 900만원만 내고 공기단축(10개월 정도)으로 수천억 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6월 8일 등산로 근처에서 팔색조 둥지를 발견했다. 천적들에게 노출 위험이 높은 위태한 곳이다. 크기도 무척 작다. 아마 경험이 매우 부족한 초보 부부로 보인다. 수컷과 몇 번 눈을 마주쳤는데 불안이 가득했다. 등산로는 대체로 사람뿐만 아니라 오소리, 너구리, 삵, 족제비 같은 포유류도 함께 이용한다. 아니다. 야생동물이 만든 길을 사람들이 등산로로 이용한다. 대체로 팔색조는 큰 바위에 둥지를 트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간 경사진 언덕에 튼 둥지는 의외다. 무사히 새끼들을 키워 이소하기를 빈다.

까마귀는 팔색조 알과 새끼를 곧잘 잡아먹는다한다. 이곳 둥지 근처에 까마귀 둥지가 있는지 경계가 심하다. 사람이 접근할 경우 까마귀에게 둥지가 노출될 위험이 높다. 까마귀는 사람이 가는 곳을 정확히 알고 그곳의 새 둥지를 습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팔색조 둥지 접근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까마귀는 위협이 되는 동물이 자기 둥지 근처에 접근하면 공격한다. 암수가 함께 시끄럽게 우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머리 위로 나뭇가지 따위를 떨어뜨리는데, 쿵쿵 소리가 날 정도의 매우 굵은 가지를 떨어뜨리며 위협한다.
대체로 새들은 새끼가 부화하면  새끼들을 포기하지 않지만, 부화중이라면 알은 잘 포기한다고 한다. 때문에 부화하기 전까지(이후에도 물론)는 둥지 접근을 삼가야 한다.

 

둥지를 발견한지 일주일만인 6월 14일 포란중인 것을 확인했고, 2주후인 6월 28일 부화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 천만 다행이다. 부화한지 며칠째 인지는 알 수 없으나 주황색 작은 주둥이들이 앙증맞다.
다시 일주일 후 7월 5일 새끼들이 다 자랐다. 카메라를 위장해 두고 철수했다. 굵은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6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부화한 새끼는 3마리로 보인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오면 매우 시끄럽게 울어댄다. 배가 고픈지 낮은 소리로 자주 울어댄다. 자기에게 밥을 달라고 필사적이다. 천적들을 피해기 위해 배설물은 부모가 물어다 멀리 버린다. 먹이를 준 이후 부모가 기다리면 새끼가 궁둥이를 내밀어 잘  포장이 된듯한 흰 똥을 누자마자 입으로 냉큼 받는다. 주 먹이는 지렁이고 지네도 먹인다. 부부가 번갈아 가며 2~10분마다 먹이를 물어다 준 것으로 추측된다.

 

5시 13분 주저주저하던 새끼 한 마리가 힘차게 둥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드디어 이소에 성공하는 순간이다. 5시 19분 어미가 근처에서 날카로운 경계음을 내자 울던 새끼들은 잽싸게 둥지 속으로 몸을 숨긴다. 적이 나타났다는 경계음인 모양이다. 18분 후인 5시 37분 10초에 족제비가 둥지를 습격했다. 어미와 새끼들은 ‘나 죽는다’는 다급한 비명소리를 낸다. 족제비가 새끼 한 마리를 둥지 밖으로 물어냈다. 죽은 듯 뻣뻣하게 굳었다. 1분 정도 족제비가 습격한 것으로 보인다. 둥지 근처에서 팔색조는 족제비를 쫒기위해 필사적으로 울어댄다. 목소리가 무기다. 족제비도 놀라고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족제비를 원망하면서도 1마리라도 이소했으니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약 2분 후 5시39분 23초에 새끼 1마리가 둥지에서 급하게 나오는 장면이 찍혔다. 2번째 놈의 이소가 확실하다. 족제비가 둥지를 휘저었는데도 용케도 살아 남았다. 최소한 2마리는 이소에 성공한 것이다. 5시 44분과 58분까지 족제비의 추가 습격 장면이 찍혔고,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

 

통상 새들은 짝을 만나 둥지 짓기에 2주, 알 낳기에 1주, 포란에 2주, 부화 후 육추에 2주 하면 7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은 하루이틀에 1개씩 낳는 것으로 보인다. 둥지가 노출되거나 위험해지면 먹이를 자주 많이 주어서 새끼들을 폭풍성장시켜 빨리 이소시킨다고 한다.
이 계곡의 팔색조 번식과정을 역순으로 계산해 보면, 처음 목소리를 발견했던 5월 25일은 둥지를 짓기 시작한 때로 보인다. 5월 중순 이 계곡에 도래한 팔색조는 용케도 짝을 만나 최소한 2마리 번식에는 성공했다. 자식을 낳고 기르기 위한 팔색조의 투쟁이 눈물겹고 위대하다. 자연은 살아가고 번식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다.

 

통영화력발전소가 건설중디다. 1000Mw 규모의 이 발전소는 연간 32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연간 35만~50만명이 배출하는 양이다. 온갖 유해화학물질, 해수보다 7도가 높은 온폐수를 펑펑 배출한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안정만은 굴 멍게 멸치 등 우리나라 최대 수산양식업 집중지역이다. 거시적으로 온실가스가 미칠 영향은 차치하고, 온폐수가 바다를 생존기반으로 하는 멸종위기종(해양보호생물)인 잘피, 기수갈고둥, 수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유해화학물질이 발전소 인근의 팔색조를 비롯한 조류의 번식에 어떤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조사하고 저감대책을 세우라고 환경영향평가를 한다. 환경평가에 이들 존재는 전혀 없다. 거짓부실 환경평가다. 지금이라도 환경부는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조사와 저감대책을 수립해야할 것이다. 말 못하는 팔색조를 대신해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