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6일 독수리 식당 일기
먹이가 보이면 두세마리 척후병들이 하늘 높이 선회하면서 다른 친구들을 불러모읍니다.
열 마리 스무마리 서른마리 사오십마리로 불어나고, 선회비행 높이도 지상 1km에서 100m 50m 까지 점점 아래로 낮아집니다.
낮아지면서 독수리식당의 긴장감은 고조됩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혼자 먹으러 오거나 덥석 달려들지 않습니다.
독식하지 않고 동료들이 모일 때가지 기다려 함께 나눌 줄 아는 것이니 가히 인과 예를 안하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근처 소나무에 앉아 때를 기다립니다. 오르락내리락 먹이에 촛점을 맞추며 빙빙 선회하면서 때를 기다리며 먹이를 먹을만큼 안전한지 재는 것 같습니다.
까마귀 같은 귀찮은 경쟁자들이 능히 무리칠 만큼 세력이 늘기를 기다립니다. 경험이 많은 대장 독수리를 기다립니다.
백여마리의 까마귀떼는 새까맣게 몰려들어서 먹이를 물어다 여기저기 숨긴다고 난리입니다. 그악스런 까마귀들이 먹이를 다해치워 버릴 참인데 독수리들은 돛단배처럼 느긋해 보입니다. 30분, 1시간이 지날 때까지 하늘을 돌기만 하다가 순식간에 대장 독수리인듯 용감한 놈이 먹이에 달려듭니다. 대장이 내려앉으면 잇다라 수십마리의 독수리들이 영화속의 낙하병처럼 후두두둑 떨어집니다. 항공모함에 내려앉는 비행기 편대처럼 순서를 기다리다 내려앉는 것 같은 형상입니다. 수직으로 내려꽂는 놈도 있고 패러글라이딩 착지처럼 사뿐 앉는 놈, 비행기처럼 낮은 각도로 서서히 소리없이 앉는 놈도 있습니다. 먹이에 접근하자마자 흙먼지가 뒤 덮힙니다. 사람 손 만한 앞발로 먹이를 움켜쥐고 쟁탈전이 치열합니다. 큰 고기덩이를 공기놀이를 하듯 몰고다닌다. 먹이는 삽시간에 사라집니다. 독수리떼가 달려들면 큰 덩치와 우왁스런 기세에 까마귀들은 기도 못 펴고 소리만 꽥꽥 지릅니다. 꽁꽁 얼어붙은 고기를 두고 입맛만 다시며 한 시간씩 몰려다니던 까마귀들. 부리 깨어질까봐 쪼기만 합니다. 돌덩이 같은 냉동고기를 찔러볼 뿐입니다. 독수리는 망치같은 부리로 금세 박살내버립니다. 그 동안 냉장고기를 많이 주었기 때문에 까마귀떼가 다 먹어벼렸는데 이제 냉동고가 와 영하 20도 돌덩이 같은 얼음고기만 주면 까마귀는 더욱 열받겠고, 독수리는 배가 부르리라.
까마귀 100마리, 독수리 55마리, 말똥가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