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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노자산 지킬 마지막 공동조사...시민 감시 나선다

  • 관리자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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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노자산 지킬 마지막 공동조사... 시민 감시 나선다

환경부, 남부관광단지 조성에 조건부 협의... 시민들 '멸종위기종 감시단' 구성

23.07.04 08:17l최종 업데이트 23.07.04 09:55l 윤성효(cjnews)

거제외줄달팽이.
▲  거제외줄달팽이.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환경부가 노자산에 골프장 등이 들어서는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에 조건부 동의하자, 환경·어민·시민단체는 여러 희귀 동식물의 서식환경 훼손을 우려해 시민감시단을 구성하고 활동하기로 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은 2017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됐고, 지난 6월 19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를 통보했다. 환경·어민단체들은 올해 초부터 낙동강환경청에 '부동의'를 요구하며 농성과 기자회견을 계속 열어오기도 했다.
 
낙동강환경청은 법정보호종인 거제외줄달팽이, 대흥란, 팔색조에 대한 보호 대책 마련을 협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콘도미니엄, 스파가든, 골프장 등에 포함된 시설 용지 중 21만 6223㎡는 개발 계획에서 제외해 서식지를 원형 보존하도록 했다.
 
또 낙동강환경청은 경남도-낙동강환경청이 추천하는 생태전문가 3~5인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꾸려 서식지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원형보전지역 설정을 위한 토지이용계획을 조정하며, 협의 의견을 반영해 조성계획을 승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공동조사단은 오는 10~20일 사이에 추가 조사를 한다. 이번 공동조사는 노자산을 보존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최종 승인권자는 경남도다.
 
팔색조는 천연기념물 제204호이고, 대홍란은 멸종위기식물 2급, 거제외줄달팽이는 명종위기동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또 노자산에는 멸종위기동물 2급인 긴꼬리딱새도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감시단 구성·활동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30여개 단체로 '노자산지키기대책위'(가칭)를 구성하고 "노자산 골프장 개발 예정지에서 시민들이 '멸종위기종 감시단'을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사업계획을 좌우할 멸종위기종 추가 공동조사를 앞두고 멸종위기종 훼손 우려가 매우 높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거제 노자산 서식 대홍란.
▲  거제 노자산 서식 대홍란.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대책위는 지난 6월 30일 모임을 갖고 노자산골프장 개발부지의 멸종위기종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시민감시단을 꾸리기로 했다.
 
낙동강환경청의 공동조사단과 관련해, 대책위는 "공동조사 결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될 경우 현재 27홀 규모인 골프장이 축소되는 등 사업에 큰 지장이 예상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멸종위기종의 인위적 훼손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실제로 지난해 6월, 거제 둔덕골프장 개발사업의 경우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포란 중인 시기에 누군가 대형 스피커로 사이렌 소리를 울리는가 하면 몇 시간 동안 폭음탄을 터뜨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7월경 국립생태원의 생태자연도 조사를 앞두고 누군가가 7개 지점에서 멸종위기종 대흥란 약 300촉을 훼손한 것을 환경단체가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노자산과 관련해 이들은 "골프장 개발지 계곡부 2곳에서는 울창한 산림 약 3000평 정도에서 아름드리 활엽수 수백 그루가 인위적으로 훼손됐다"며 "환경단체가 산림청과 낙동강환경청, 거제시 등에 고발했다. 하지만 '불법벌목은 맞지만 행위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8일에는 멸종위기종을 조사중이던 산림청 함양국유림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골프장 개발자인 경동건설 직원들간에 큰 마찰이 발생했다고 대책위가 밝혔다.
 
대책위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골프장 부지에 포함된 국유림 약 7만 평에는 멸종식물인 대흥란을 비롯해 거제외줄달팽이, 팔색조 등이 서식한다"면서 "현장조사와 보호대책을 세우고, 멸종위기종 서식지이자 전국민의 공공자산인 국유지를 골프장에 팔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산림청이 현장조사를 벌였다.
 
당시 경동건설 직원들은 "남의 땅에서 뭐하냐 나가라"며 따져물었고,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등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환경단체가 전했다.

"공정한 조사 위해 관계당국 등 주의 필요"

대책위 관계자는 "아무런 훼손 없이 자연 그대로 상태에서 공정하게 멸종위기종 공동조사가 돼야 신뢰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관계당국과 사업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골프장 개발지는 멸종위기종 282종 중 유일하게 '거제' 지명이 붙은 거제외줄달팽이의 우리나라 유일한 서식지이며, 멸종위기종 대흥란의 우리나라 최대 서식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집단 번식지라고 밝혔다.
 
율포만어민대책위는 120여일간 낙동강환경청 현관 앞에서 바다어장 황폐화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왔다.
 
어민들은 낙동강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에 대해 "거짓부실이 가득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쫓기듯 동의해 주고, 멸종위기종 조사 등을 사업자와 승인권자인 경남도에 미루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주)경동건설이 4300억 원을 투자해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휴양·힐링·레저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면적 369만 3875㎡(해면부 39만 8253㎡ 포함)이고 이는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다.  
 
노자산 산림훼손 현장.
▲  노자산 산림훼손 현장.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거제 노자산 서식 팔색조.
▲  거제 노자산 서식 팔색조.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거제 노자산 서식 긴꼬리딱새.
▲  거제 노자산 서식 긴꼬리딱새.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