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유엔이 제정해 1993년부터 전 세계가 함께 기념하고 있다. 물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다. 모든 생명체는 물 없이 살 수 없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니 사람의 건강과 생명도 물에 달려 있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생태계의 보고이며, 식수원과 수자원이고, 경관과 문화, 휴식처 등 무한한 가치를 가진 물이다.
그러나 모든 자연 자본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끝없는 성장 욕망에 물의 오염도 심각하다. 가재와 물고기를 잡고 멱을 감던 개울과 하천은 이제 손발 담그기도 무섭다. 물고기는 죽고 악취가 진동한다. 이윤밖에 모르는 난개발과 만연한 불법 투기, 제도 부족과 솜방망이 처벌, 환경에 대한 낮은 인식, 극심한 이기주의 등 70년 성장과 개발중심의 사회가 낳은 결과다. 모두가 병들었는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보호하기 위해 책임 있는 정부 기관은 물론 시민단체, 주민들의 각성과 참여가 필요하다. '구천댐'은 6만여 명 거제시민의 식수원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남방동사리와 수달 등 20여 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으로 국내 최고의 생태계를 자랑하고 있다. 구천댐 포토 전망대를 비롯해 북병산의 절경에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그런데 식수원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구천댐 상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 단체는 구천댐 식수원에서 의미 있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식수원과 생태계 보호가 주민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와 연결되고 장기적으로 생태관광 마을 조성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로 발전할 수 있다는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식수원과 수생태계를 보호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습지보호 지역 지정도 제안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국민참여예산제 공모에 '주민 주도형 구천댐 식수원과 수생태계 보호 사업'을 신청, 선정돼 댐 상류 쓰레기 수거 활동, 생태관광을 위한 둘레길(지겟길) 조성, 생태역사 자원조사 및 주민 인식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댐 상류 지역에서 약 50톤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마을 옛길을 연결하는 지겟길은 4구간 약 20㎞를 정비했고, 안내 팻말을 달았으며, 안내지도도 곧 선보인다. 전문가들과 마을주민이 함께 생태역사자원 조사를 벌여 20여 종의 법정 보호종을 확인했다. 조선 시대부터 있어온 20여 개 폐광산을 찾아내 이 중 1곳은 박쥐 동굴 포토존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구천댐 일원에서 연인원 1200여 명이 참여하는 쓰레기 정화사업을 벌여 쓰레기 약 50톤을 수거했다. 엄청난 양이다. 도로변 경사지에 노골적으로 버린 폐건축자재, 폐타이어에서부터 관광객과 등산객, 농·임업용 쓰레기도 많았다. 대부분은 플라스틱 제품으로 미세화되어 식수원을 오염시키거나, 계곡~하천~바다로 흐르며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 몸에 축적될 수도 있다. 이 많은 쓰레기는 '내가' '우리 우물'에 버린 것이다.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주민들은 더 이상 쓰레기를 내버리지 않게 됐다 한다. 실천을 통한 작은 인식의 변화다. 올해 3월 22일 물의 날에도 수자원 공사와 주민들은 함께 모여 구천댐 일원에서 대청소를 벌였다. 물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은 실천이다.
'노자 도덕경'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물의 가치를 최고로 삼았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남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라고 했다. 분수령에서부터 시작한 물은 계곡, 도랑과 개천, 논을 적시고 하천을 지나 바다로 가면서 만물을 키우며 이롭게 한다. 그러나 인류로 인해 물 순환 시스템이 붕괴하고, 가장 선한 물이 가장 악해져 인류를 역습하고 있다. 물의 날을 맞아 물의 가치를 다시 되새기며 물을 절약하고 주변의 쓰레기 버리지 않고 줍고, 수질 오염원을 고발하고, 정부 기관에 정책변화를 촉구하는 서명을 하는 등 시민으로서 작은 실천을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