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대상 한산신문 공모사업
‘한산신문 지역공동체활성화프로젝트’-②
“테트라포드 사이에 방치된 쓰레기와 파란색 호스 줄이 어마어마하네요. 이게 다 사람들이 버린 것이라고요? 수산도시 통영이라고 말하기 전에 올바른 시민의식부터 갖춰져야겠어요”
“바다 풍경이 좋아 동호항 해안변 일대를 자주 산책합니다. 널브러진 파란색 호스가 항상 눈에 거슬려서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쓰지 않는 해수관을 저렇게 막 버려도 되는 건가요. 빠른 대책이 필요합니다”
‘한산신문 2024 지역공동체활성화프로젝트’ 바닷속 폐해수인입관 실태 추적 제2차 현장취재가 지난 22~23일 통영시 동호동 동호항 일대에서 펼쳐졌다.
양일간 진행된 현장 수중취재를 위해 한산신문 취재진과 (사)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신종호 이사장, 권유진 생태팀장 등이 동호항에 집결했다.
동호항은 어항과 수산 가공단지, 위판장, 유통시설 조성의 목적으로 지난 1989년 정부의 허가를 받아 공유수면이 매립됐고 1991년 종합어시장 및 냉동공장이 신축 준공됐다. 어선 전용 항만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수산업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남해안 수산물의 주요 양륙항으로 경남 수산물 약 40%가 동호항을 통해 위판되고 있다.
하지만 그 명성과는 달리, 바닷속 상황은 어둠 가득한 현실을 보였다.
22일 오전 9시. 수산 가공 유통시설 등이 밀집해 있는 동호항 외항 방파제에서 현장취재가 시작됐다.
바다가 펼쳐져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방파제 테트라포드 사이로 버려져 방치된 파란색 해수관이 먼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길을 따라 걷자 일반 쓰레기들과 양식을 위해 쓰였던 폐부표 등이 방파제 사이 뒤섞여 있다. 방파제가 시작되는 곳에는 아예 폐해수관들이 줄줄이 모여있어 눈길을 찌푸리게 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권유진 생태팀장은 “육상에서 보이는 폐해수관의 현실이다. 테트라포드 1개의 무게는 소형이 2톤 이상,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중형은 20톤 정도, 아주 거대한 대형은 80톤 이상이다. 테트라포드 설치 비용은 약 1개당 3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테트라포드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비용도 약 1개당 5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특히 해당 방파제 테트라포드 틈 사이에 낀 해수인입관은 수십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대로 수거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개선 공공근로인력도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구역에 들어갈 수 없고, 많은 인력과 특수한 장비가 소요되는 만큼 수거 자체가 쉽지 않은 곳이라, 환경단체로서 민원을 두어 번 제기했지만, 언제 해결될지 미지수”라고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바닷속 수중촬영에 의해 드러난 폐해수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폐해수관은 해저에서 오랫동안 버려져 있는 상태로, 색이 바래고 부착생물로 뒤덮여 있었다. 여러 개의 폐해수관이 서로 뒤엉켜 존재감을 드러냈고, 청호수 취수구 입구에 불순물이 달라붙지 못하게 덮어놓은 플라스틱 상자도 함께 버려져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튿날 동호항 내항 바닷속 상황도 만만찮았다. 활어 대형 수족관이 들어서 있는 이곳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뼈가 보일 만큼 부패했고, 사체들이 쌓여 공포를 자아내게 했다. 또 플라스틱 상자와 통발, 그물, 시멘트로 만들어진 추 등 어업 활동에 쓰이는 폐기물이 가득했다. 배에 페인트를 칠하고 그대로 바다에 버린 페인트 솔과 페인트 통 등 온갖 쓰레기들의 집합소였다. 이 와중에 발견된 문어와 게, 인근 수족관에서 탈출한 우럭 등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맸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신종호 이사장은 “바닷속 상황이 적나라하게 찍힌 모습이다. 바닷속에 이렇게 많은 침적 쓰레기가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수족관 밀집 지역 앞 해상에 물고기 죽은 것도 버리고, 통발도 버리고, 온갖 것들을 다 버린다. 해양 생물이 버려진 폐어구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유령어업이 발생하는 이유도 이런 쓰레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 CCTV를 달든, 감시요원이 있든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산신문 지역공동체활성화프로젝트’ 제2차 현장취재는 통영 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전락하고 있는 믿기지 않는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마주했다. 이것이 통영 바다 생태계 파괴의 현주소다.
(사)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권유진 생태팀장
테트라포드 틈에 낀 폐해수관 해결 미지수
중앙 채수 및 배수 시스템 개선 필요 강조
(사)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권유진 생태팀장은 동호항 폐해수관 문제 해결을 위해 해양쓰레기 수거 방식의 R&D 연구와 수거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자체나 정부가 받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해양 환경 복구 및 공유수면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권 팀장은 “동호항은 한국 수산업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준설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퇴적물이 쌓이면서 수심이 낮아져 소형선박조차 접안하기 어려워지면서 준설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008년도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통영시는 퇴적물이 쌓여 항만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동호항을 대청소했고, 22일 취재한 방파제는 그해에 78억을 투입해 2년간 공사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남방파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3년에는 통영시가 수질 악화가 가속되는 동호만에 저질 개선제를 살포하는 등 오염 정화작업을 진행했지만, 실상 인근 하수구를 통한 오염원 배출, 수협 공판장에서 썩은 생선 투기와 오염원 바다 유입 방지, 침적 쓰레기 수거 등 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개선 방안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그 효과는 미비했었다는 결론이 나왔었다”고 덧붙였다.
동호항은 반폐쇄적인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여름철 악취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권유진 팀장은 “2016년 해양환경공단이 동호항에서 실시한 해양폐기물 수거 사업에서도 당초 계획 158t보다 3배나 많은 500t의 해양폐기물을 건져냈고, 그 이후에도 2개 년 통영항 해양오염퇴적물 정화사업으로 9천평 정도 준설했다. 동호항은 통영시의 중심 항구다. 인근 남해안 수산물의 주요 양륙항 역할을 하는 만큼, 준설이라든지 침적 쓰레기, 해변 쓰레기 등 해양쓰레기 정화작업으로 경남도, 통영시 해수부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2일 방문한 동호항 외항 방파제와 관련 “폐해수인입관은 해양쓰레기로 전락해 해양 생태계 파괴의 요인이 된다. 이곳의 앞바다가 잘피 서식지는 아니지만, 테트라포드만이 주는 생태계 영향도 일부 있다. 겹겹이 싸인 복잡한 수중 공간이 고기들에게는 좋은 보금자리가 돼 인공어초의 역할을 한다. 특히 볼락과 쏨뱅이 등의 정착성 어종들이 서식하기에는 아주 좋은 여건으로 알려져 낚시를 취미로 하시는 분들은 테트라포드 주변에는 고기가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폐해수인입관과 해양쓰레기가 모이면 갇혀버리는 이유로 요즘은 취약해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유진 팀장은 “접근이 어려운 테트라포드 지역은 현재 효율적인 수거 방식도 없어 전국적으로 취약해역으로 꼽힌다. 해당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해양쓰레기 수거 방식의 R&D 연구와 수거 재원 투입도 필요하다. 개개인이 설치한 해수인입관으로 벽이 엉망인 데다가 그만큼 수거와 관리가 어려우니, 기존에 있는 하수로가 아닌 새로운 호스 전용 구를 만들어 공동으로 중앙 채수 및 배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차제나 정부는 공유수면 점사용을 신청받을 때 점·사용료도 받고 있다. 이 사용료를 해양 환경 복구나 수산업이 지속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유수면을 관리하는데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강송은·박초여름 기자
편집=배선희 기자
영상=조동하 인턴기자
후원=문화체육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